[기획특집 기사]
가요제 심사, 과연 공정한가?
- 김원찬 (대중음악평론가)
전국 도처에서 가요제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출전자들이 가수의 꿈을 안고 도전한다. 그때 무대 맞은편에 탁자를 놓고 심사위원들이 익숙한 모습으로 앉아있다. 예술행위를 우열로 평가한다는 것은 사명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요구한다. 과연 출전자만큼 심사위원도 절실할까? 가요제는 TV 오디션과는 태생적으로 심사방법이 다르다. 방송 프로그램의 특성상 예능 적 연출을 배제할 수 없고, 최종 승자는 팬덤규모가 결정하는 절대 요소이니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하겠다. 더러는 가요제도 유튜브를 통해 대국민 투표를 한다. 그러나 TV오디션에 비해 참여도나 집계방식 등의 이유로 다수 의견을 수용하기에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홍보수단으로 유튜브 등을 직접 운영하는 출전자가 상대적으로 심사 결과에 유리한, 의도치 않은 왜곡이 발생하기도 한다.
▶ 심사위원의 자격과 역할
심사위원 면면을 살펴보자. 가요계에 많이 알려진 이름들이라 구체적으로 거명하지 않더라도, 대체적으로 현재 유행장르인 트롯계열의 히트작품을 소유하고 있는 작사, 작곡가들이 주류를 이룬다. 다수의 경우는 해당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곡가나, 가수 등 음악인들과 음악관련 단체 임원, 대학 실용음악과 교수 등이 주로 심사를 담당하고, 중앙의 유명 음악인이 한두 명 내려오는 정도다. 경연에 임하는 심사위원들은 자신의 음악취향과, 전문장르를 최대한 객관화해야 한다. 일부 자격이 부적합한 심사위원도 있고, 노골적으로 팔이 안으로 굽는 심사위원도 있다. 적어도 예술심사에서는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대중의 눈높이와 음악전문가의 관점은 다르다. 한때는 심사위원들이 헤드폰을 끼고 소위 반주음악(MR)과 리버브(Reverb)를 제거한 생(生)목소리를 들으며 음정을 모니터링하기도 했다. 보통은 가요제가 지역축제 세부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야외 특설무대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행사장 주변 환경과 축제 분위기, 관객 소음, 스피커 시스템의 음 확장, 딜레이(Delay) 등의 요인으로 섬세한 중저음까지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어쩔 수 없이 축제 형(型) 경연대회의 분위기로 인해 ‘누가 누가 잘하나’ 성량 대결로 흐른다. 가요제 질적 향상을 가로막는 심사위원들이 극복해야 할 묵은 숙제 중에 하나다.
▶ 공정한 심사의 조건
가요제 성격에 따라 주최 측의 비전문가가 심사위원석에 앉을 때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최종 심사점수 합산 시 점수에서 배제하면 된다.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5명 이상의 전문 심사위원이 채점을 한 후, 최저점, 최고점을 제외하고 합산하는 방식이나, 심사위원이 5명 이하인 경우에는 개인 별 과도한 편차를 줄이기 위해 심사 점수의 상하한선을 두기도 한다. 실예(實例)로 한 가요제에서 유명 원로작곡가가 특정 참가자에게 터무니없이 높은 점수를 주면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다른 심사위원들의 합산 점수으로도 의도된 결과를 막지 못했다. 노골적인 경우도 많아 때로는 언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예산 편성의 문제지만 심사위원은 많을수록 객관화 확률이 높다. 심사 발표 후 여러 잡음도 들린다. 가요계 특성상 ‘을’의 입장에 있는 참가자들은 항의나 이의제기가 여의치 않지만, 음악팬들은 댓글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 주최 측은 비록 주관적이라 하더라도 참가자의 주장도 수용하는 설명과 토론의 장이 열려있어야 한다.
▶ 심사표에 담긴 사연
가요제 심사 표를 받아보면 주최 측의 주관적 방식으로 작성되어 허술한 경우도 꽤 많다. 이 한 장의 심사 표에 출전자들의 희망과 좌절이 오롯이 담겨 있으니 신중을 기해야 한다. 연필로 쓰고 지우는 심정으로 심사숙고해야한다. 그래서 심사석에 연필과 지우개가 나란히 놓여 있으면 안심이 되고 주최 측이 고맙다. 평소에 필자는 나름의 기준을 정하여 심사에 활용해왔다. 표준안까지는 아니더라도 여기서 한번 소개해 보자. 가수 선발을 목적으로 하는 가창중심의 기성곡(신곡 경연, 그룹사운드나 밴드경연은 제외) 경연의 경우에는 심사항목을 크게 네 개 항으로 나눴다. 물론 가요제의 목적과 성격에 따라 각 세항의 평균 점수는 달라진다. ① 곡(曲) 이해도 (선곡, 곡 해석, 가사전달, 감정표현 등), ② 가창력 (음정, 박자, 발음, 발성 등), ③ 목소리 개성 (음색, 분위기, 호흡처리, 가창테크닉 등), ④ 스타성 (표정연기, 무대매너, 제스츄어, 안무, 용모, 복장, 관객호응도 등)이다. 소위 스타성이라는 항목에는 무대 연출, 장래성, 경쟁력, 방송 적합성과 스피치 뿐 만 아니라, 심지어 장르, 성별, 나이, 직업까지 고려 변수가 된다. 스토리텔링, 매력, 인성이 있으면 더욱 좋다. 다른 측정방법이 없는 관객호응도는 현장의 박수, 환호 등 데시벨(dB)의 크기로 결정되는 현실이다.
▶ 공정한 심사. 신기루인가?
계량(計量) 심사는 가능할까? 어차피 가창 심사는 아무리 객관화하려 해도 정성(定性)평가의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 심사위원의 성향과 기준에 따라 점수는 달라질 수 있다. 심사를 AI에게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출전자 간의 상대 평가만이라도 공정해야 한다. 가장 빈번한 사례가 특별한 기준 없이 심사위원 개인 취향에 따라 ‘너무 프로 같다’며 점수를 깎는 경우다. 프로가 ‘겉멋’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객관화가 쉽지 않은 개인 성향임을 감안하면 아마추어(가수 지망생)들에게는 억울한 일이다. 하기야 K-POP 아이돌 시장의 선진화 된 스타시스템도 아직 ‘촉 마케팅’에 의존하는 도제시스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현실이니, 결국은 참가자들이 감수해야 할 몫이기는 하다.
채점 방식도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순위채점방식과 점수채점방식이다. 각 심사위원의 경연자 별 순위나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요즘은 보편적이고 무난한 100점 만점 점수채점방식이 주류를 이룬다. 과연 심사기준을 표준화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보자. 힙합이나 랩 댄스, 통기타포크, 트롯, 록,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출전자들과 밴드와 창작 곡 출전자가 한 대회에 출전하는 경우 어떤 기준으로 심사할까. 이처럼 다양한 경우에 대비하여 좀 더 세밀한 맞춤형 심사표가 필요하다. 현재도 가요제 심사의 왜곡으로 가수지망생들의 꿈을 꺾는 경우가 많다. 통계적으로 현장 심사는 일반 여론조사의 샘플숫자에 의한 표본오차와 비슷하다. 단순화 하면 대중음악에서 대중의 기준은 특정가수 팬덤이 아닌 사람 중(中), 대중음악을 좋아하는 100명 이상의 군 집합(群集合)이라 할 수 있다. TV오디션에서도 공개방송인 경우 방청객을 100명 이상을 앉히는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때로는 ‘이건 아니야’ 라고 관객석에서 결과에 웅성거리는 현상과 마주한다. 주장하자면, 적어도 대상(大賞) 수상자는 전문가 심사가 100명 이상 일반대중 다수 결과와 그 값이 같아야 한다. 그래야 대중음악이다.
▶ 심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가요제에 나가서 입상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도(正道)는 없으나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있다. 공정한 심사란 공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근사치까지 포함한다. 애초에 정량(定量)평가가 어려운 조건에서 왜 1등이고 2등인가. 왜 입상하지 못하고 떨어지는가. 스타 예감을 심사위원 개인의 ‘촉(觸)’ 이나 ‘감(感)’에 맡겨야 하는가. 그렇다면 결국은 볼불복(福不福)인가. 몇 가지 팁(Tip)은 있다.
①음정, 박자 등 가창기본에 충실하라 ②모창하지 마라 ③나쁜 가창버릇을 삼가라 ④발음에 유의하고 가사전달에 집중하라 ⑤보이스 개성을 개발하라 ⑥맞춤형 선곡을 준비하라 ⑦무대연출을 다르게 하라. 이 정도는 기억해 두자.
풀어서 얘기하자면, 가요제 본선진출자의 경우는 음정, 박자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어떤 심사위원은 노래를 정말 잘하는 사람도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음(音) 이탈이 나오면 매몰차게 점수를 깎는다. 가수선발 가요제 참가자는 모창은 반드시 피해야 할 요소이다. 실력이 비슷한 경우 선곡(選曲)은 당락과 입상의 결정요소가 된다. 선곡은 가요제 성향과 심사위원 취향이나 현 유행 장르는 물론, 실내외 등 가요제 개최 장소와 관객규모까지 고려해야한다. 감정이입의 결과인 관객 호응도는 대중음악의 필수적 요소이기 때문에 음악 외적의 단정한 복장, 표정연기와 제스츄어 등 무대매너도 잊지 말아야 한다.
▶ 스타를 꿈꾸는 이들에게
현재 우리나라 가요제 도전자들은 10대부터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특히, 연령층이 높은 참가자 중에는 정말 뛰어난 가창능력 소유자가 많다. 세월 이기는 장사는 없다. 부득이 나이 제한 기준으로 참가하지 못할 때 미안함이 앞선다. 더 나이가 들면 주변의 시선과 생활고로 결국은 평생의 소원이던 가수의 꿈을 접는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 필자는 음악컨설팅을 직업으로 하며 이들의 애환에 귀 기울여 왔다. 심사결과에 궁금해 하거나 조언을 구하면 성심껏 설명해주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만 하려면 그냥 혼자하면 된다. 그러나 대중가수로 나서려면 마음가짐부터 달라야한다. 똑 같은 노래도 무대 위에서는 매번 달라야 한다. 주 장르 팬 층을 확보한 후, 좀 더 대중 친화적인 장르 확장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궁여지책으로 나가는 가요제가 아니라 장래에 든든한 내 팬 층을 확보하는 쇼 케이스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스타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는 것이 아니다. 물론 혜성처럼 나타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 이 바닥에서 활동하던 기존 인물들이다. 준비된 자 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TV 오디션 출신 남녀를 대표하는 임영웅과 송가인이 그 예다. 자신을 신뢰하고 오늘도 남들이 가진 않은 길을 열심히 달려보자. 어차피 이 또한 내가 선택한 오롯이 내 인생이 아니겠는가. 부디 성공하시라.
- singer114@naver.com 김원찬 (대중음악평론가, 뮤직컨설턴트)